스마트세상은 누가 만드는가?

얼마 전 영국의 브리스톨이라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회의장소인 브리스톨 대학으로 이동하는 중 택시기사님께 인사치레로 ‘브리스톨은 참 흥미로운 도시 같다’고 한마디 건네자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브리스톨은 지금 런던을 능가하는 혁신적인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브리스톨의 혁신을 위해 시의회와 브리스톨 대학이 시민들과 함께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기사님의 이야기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십 수분 간 길게 이어졌다. 브리스톨 시의회와 브리스톨 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마트화 노력에 대한 기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자긍심은 그저 우연이라기에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혹시 브리스톨 대학 관계자가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계시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많이 들으니까요. 게다가 곳곳에서 도시 혁신을 위한 활동들이 수시로 진행되고 있으니 모를 수가 없지요….” 기사님의 당연하다는 듯한 답변에 우리는 말문이 막혔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스마트시티의 성공 비결은 시민 참여를 통해 도출된 일상 속 해법이라는 점이다.’ 여느 보고서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이 구절은 이번 영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에게 새로운 발견의 대상이 되었다.

영국인들에게 스마트시티란 국가나 지자체가 ‘알아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들에게 스마트시티는 이제 구성원들이 직접 나서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도시 혁신활동 그 자체로 시민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 그것을 택시기사님의 증언을 통해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인에게 있어 과학기술은 그 역사를 자신들이 이끌어 왔다는 특별한 자긍심의 대상인 동시에,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대하는 대중문화의 일부’라는 요지의 논설을 읽은 것이 떠올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예술에 대한 그들의 시각과 태도 역시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영국. 그들에게 예술은 높은 곳에 걸어 두거나 유리 상자 안에 고이 모셔두고 멀찍이서 감상하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다. 바로 가까이에서, 언제고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일상 속에 녹아든 생활 그 자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과학기술과 예술을 일상생활 그 자체로 만들어 버린 그들이기에,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누군가 일방적으로 창조하도록 허용하지도, 유리상자 속 전시용 스마트 세상이 되게 내버려두고 뒤로 물러나 있지도 않았다. 스마트 세상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손수 한번 만들어 보겠다며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소위 ‘엄친아’와 비교 당하는 언짢은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글을 통해서나마 우리 지역 시민들께도 슬쩍 한 번 부추겨 보고 싶다. 우리 모두가 실생활에서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진짜 스마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이다.

포항공과대학교 미래도시연구센터 곽지영 교수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http://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835207

스마트 세상, 컵케이크로부터

최근 글로벌 IT 리더 기업들의 신제품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10, 11, 버전 숫자가 두 자릿수까지 올라가면서, ‘혁신’ 그 자체보다는 자연스러운 진화와 가성비를 통한 저변 확대에 방점을 두는 기업들. 발표회가 채 끝나기도 전, 리뷰어들은 ‘혁신은 없었다’, ‘특별함은 없었다’ 등의 싸늘한 반응들을 약속이나 한 듯 쏟아낸다.

IT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 중에 기술 수용 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cycle)라는 것이 있다.

혁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시간차를 두고 확산돼 가는 것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볼록한 종 모양의 곡선이 된다는 마케팅 이론으로, 제안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로저스의 종(Rogers’ Bell Curve)으로도 불린다.

이 ‘로저스의 종’에는 캐즘(Chasm)이라는 작은 ‘틈’이 있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이 출시 초기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시장 반응을 보이지만, 그 후 수요가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후퇴하는 단절현상을 말한다. 호기심이 발동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관심을 보이며 무조건 구매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용성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구매를 시작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바로 이 ‘틈’에서 IT 업계 리더 기업들의 딜레마가 생긴다. 소위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의 주목과 호응을 얻으려면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혁신적인 제품을 남보다 먼저 내놓아야 한다. 경쟁자보다 한발 늦으면 초기 시장에서의 입지를 빼앗긴다는 위기감에, ‘실용성’은커녕, 사용자의 기대치를 살필 겨를도 없이 쫓기듯 제품을 내놓아야 할 때도 있다. ‘실용’을 원하는 대다수 사용자의 마음을 제대로 못 읽고 결국 대중화에 실패하게 되는 ‘캐즘’. 출시가 늦어져 혁신에 실패하는 경우나, 서둘러 제품을 내놓느라 대다수의 기대치를 제대로 충족 못한 두 경우 모두, 제품개발 과정의 막대한 투자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업은 혁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선택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친 후 IT업계가 터득한 것이 바로 ‘린(Lean=군더더기 없이 가벼운)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 내놓고 싶은 제품이 화려한 3단 웨딩 케이크라고 하자. 청사진은 3단 웨딩 케이크를 멋지게 그려 두되, 파티셰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컵케이크’부터 만들어(Make), 먼저 손님들의 반응을 확인해보고(Check), 아니다 싶을 때는 보완책을 모색하여 고치는 것(Think)이 린 접근법의 핵심이다.

스마트 세상을 만드는 일은 비유하자면 3단 웨딩 케이크 만큼이나 복잡하고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든다. 컵케이크부터 차근차근 키워 나가는 IT업계의 린 접근법이 스마트 세상을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포스텍 미래도시 연구센터 곽지영 교수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http://www.kb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826536

도시의 영웅 탄생을 방해하다

소방관, 경찰, 군인, 구급요원, 응급의료 종사자 등등. 공공의 안전과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자기 몸을 던져 위험을 상대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 언론은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벌어진 그들의 영웅담을 생생하게 전하고, 우리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린다.

매번 그런 데자뷰 같은 반복을 접하는 필자의 감정은 이내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사명감으로 빛나는 제복 뒤에 가려져 미처 못 볼 수 있겠으나 그들은 우리 부모이고, 형제자매이고, 귀한 자식들이다. 국가와 도시 시스템이 취약하여 우리 가족인 그들을 자꾸만 순직하는 ‘도시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

물론 국가 차원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2022년까지 전국 80개 이상 지자체에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과 도시 안전망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은 관내 CCTV 영상, 교통, 기상, 시설물 정보 등 도시의 안전 상황을 한곳에서 모니터링하고 시청, 소방서, 경찰의 현장 대응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경북에서도 올해 구축이 완료된 포항과 경산을 시작으로, 2019년 새로 선정된 구미를 비롯해 김천, 영천, 안동, 울릉 등 여러 지자체가 다음 차례를 준비하고 있다. 통합플랫폼과 도시 안전망 서비스가 스마트시티 구현의 근간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와 비교할 때 아직 첫 걸음마를 내딛은 정도에 불과하다. 예측불허, 위험천만인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지켜내는 일을 믿고 맡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첨단의 정의를 갱신해가는 통신, 가전제품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비교할 때, 공공안전 분야의 스마트화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은 반성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미래의 도시, 스마트시티 구축에서 우리가 가장 정성을 쏟아야 할 분야가 바로 안전이라 믿는다. 도시의 바람직한 미래에는 기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위험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람들은 절대 없어야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그려본다.

일반 가정을 비롯한 도시의 모든 건물에는 위험감지와 자기방어를 위한 지능형 장치가 마련되고, 유사시 그 장치의 모니터링과 제어가 원격으로도 가능하게 서로 연결된다. 집집마다 설치된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는 이제 상황을 스스로 감지해 자율적으로 동작하고 중앙 시스템에 상황을 알릴 줄도 아는 ‘스마트’ 버전으로 바뀐다.

재난현장의 소방관은 스마트 안전장치로 철저하게 보호받는다.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된 현장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분석되고, 혼합현실 장치를 통해 구조자의 위치와 안전한 이동 루트 등 현장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상황실에서는 소방관들의 실시간 위치와 그들의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만약의 위험상황에 2중, 3중으로 대비한다. 그 꿈속 도시는 스마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인 연결성과 지능화를 통해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도록 변모하여 시민들과 안전요원 모두를 위한 진정한 안전망이 된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이제 더 이상 도시 영웅의 희생에 슬퍼하고 미안해할 일은 없다.

포항공대 미래도시 연구센터 곽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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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경북, 포항, 포스텍 스마트시티 융합가치 창출 본격화… 경북 스마트시티 연구 거점센터 개소식 열려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의 합작으로 설립되는경북 스마트시티 연구 거점센터가 오는 4 16일 오후 2시 포스코국제관 대회의실에서 개소식을 개최하고, 스마트시티 융합가치 창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본 거점센터는사람 중심의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목표로, 경북 스마트시티 전략의 컨트롤 타워와 시민이 체감하는 미래 도시 기술 실험실의 역할을 하는 한 편, 스마트 시티즌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핵심기술 사업화의 창구가 될 예정이다.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스마트시티 요소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 및 학생, 경상북도 도민이 만나는 열린 협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는 그간 포스텍이 표방해 온 미래도시를 통한 대학의 가치창출, 대학과 지역사회의 동반 성장 의지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곽지영 센터장(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과거에는 스마트시티를 도시 건설 기술이나 도시 문제 해결, 사회 복지의 수단으로 보고 기술/디바이스/솔루션에 집중하다 보니 시민 체감도와 사업모델 발굴 등에 어려움이 많았다. 관점을 바꾸어 스마트시티를 서비스와 생태계를 포함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보게 되면, 지역의 안전, 경제 부흥, 그리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의 주인인 시민과 지자체, 혁신의 주체로서 대학, 그리고 산업화를 담당하는 기업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경북 스마트시티 연구 거점센터를 통해 지역과 산업, 대학이 시민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한 마음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본 연구센터는 크게 연구개발과 교육/인력양성의 두개 사업 부문으로 운영된다. 연구개발 부문에서는 스마스시티 구현의 핵심이 공유/개방/참여형 도시 운영과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도시 계획이라고 보고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또한, 시민 누구나 스마트시티 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습형 열린 교육의 장을 마련한다. 지역 대학생 및 청년층을 대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스마트시티 전문가 및 경영자를 양성하는 과정이 설계 중에 있다. 연구 뿐 아니라 인력양성에 가중치를 둠으로써사람 중심 융합가치의 창출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소식에도 이러한 센터의 철학과 방향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포럼과 토론의 형식으로 센터의 개소를 선포하는 것이다. 센터장이 직접 본 센터의 발전방향 및 계획을 발표하는 한 편, 포스텍 정완균 부총장은스마트시티 가치창출을 위한 대학의 역할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또한, 팬타시큐리티 이석우 대표는기업가의 눈으로 본 스마트시티라는 주제로 기업을 대표해 발표하였다. 이후에는 오픈 토크, 네트워킹 등을 통해 참석자 모두가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자율적으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본 개소식은 4 16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4 15분까지 포스코국제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