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으로 다함께 만든 ‘스마트시티 포항’ 꿈꿔요”

배 작가가 만난 ‘이 한 사람’
미래도시를 만드는 공학자
곽지영 포스텍 미래도시연구센터 부센터장

미래도시라면 무엇부터 떠오르는가? 자율주행 버스가 달리고 드론 택시가 비행하는 도시. 혹은 인공지능이 자연재난을 예측해 대응하고, 물류는 지하 터널이 담당하는 교통정체가 없는 도시. 누군가는 힘든 노동은 로봇에게 맡기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는 도시와 더 나아가 해저나 우주에 건설된 도시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도시의 미래에는 시민들 각각의 바람이 담기게 된다. 시민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이 다양할수록 실제로 만들어갈 수 있는 도시의 폭도 넓어지게 마련이다. 포항의 미래도시 연구를 주도하는 포스텍 미래도시연구센터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지 4년을 맞았다. 그동안 포항은 얼마나 미래도시와 가까워졌을까? 새로운 기술을 도시에 적용해 시민의 삶을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바꾸고자 연구하는 미래도시연구센터의 곽지영 부센터장을 만났다.

‘스마트시티’, 연결성·지능화 특징 4차 산업혁명 한 형태… 다양한 최첨단 IT 기술 활용

‘스마트시티 챌린지사업’ 최우수 지자체 선정… 국비 100억 확보 올해부터 본사업 진행

대학·시민·기업 참여하는 사용자 검증단 구성… 서비스 실질적 효과 리빙 랩 방식 검증

“최고 수준 과학기술대학 포스텍을 품은 포항시민들 생활 속 과학기술 친근하게 누리길”

 

-한때 U-시티가 유행했고 요즘은 스마트시티가 흔히 쓰이는 듯하다. 미래 도시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시인가.

△미래도시는 현재보다 진화된 형태의 도시를 의미한다. U-시티, 스마트시티 모두 미래도시의 모습들이라 할 수 있다. ‘U-시티(ubiquitous city)’는 연구된 지 30~40년 이상 된 분야이다. IT 기술을 활용하여 도시를 자동화하는 시도로 요약된다. ‘스마트시티’는 연결성과 지능화를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한 형태이다. 3차 산업혁명이 U-시티처럼 자동화에 역점을 두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신경망처럼 연결된 센서들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실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5G를 비롯한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최첨단 IT 기술이 융복합적으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미래도시연구센터의 미래도시는 스마트시티를 말하는 것인가.

△미래도시는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쓰레기 배출이 없는 지속가능한 도시나, 교통과 물류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도시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그런 도시를 해저나 화성에 건설하자는 제안도 나올 수 있다. 현재의 도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진 무엇이든 미래도시의 영역이다. 다만, 지금으로선 스마트시티가 좀 더 진화된 형태이고, 현재도 스마트시티의 개념과 방향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가장 유력한 미래도시의 하나로 보고 있다. 미래도시연구센터(FOIC, Future City Open Innovation Center)라는 이름은 설립 당시 미래의 도시 기술 연구에 공과대학의 역할을 강조한 김도연 포스텍 전 총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모든 예측불허의 시간을 말한다. 미래도시연구센터가 연구하는 미래는 얼마나 먼 미래인가.

△내일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분명 필요하지만 현재는 없는 것들을 실현하는 것이 미래 기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도시는 지금 우리가 간절하게 바라는 무언가가 실현되는 세상이라고 보면 된다.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 미래도시연구센터의 주된 연구목적이다. 미래도시는 다음 세대뿐 아니라 현세대를 위한 것이다.


-도시는 굉장히 복합적인 공간이다. 미래도시를 만드는 우선순위는 뭔가.

△2019년, 포항시와 스마트시티 전략을 수립하면서 미래 포항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를 시민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당시 지진 이후의 경제적 여파가 컸던 시기라 그런지 1위는 ‘경제’였고 그 다음이 ‘안전’과 ‘삶의 질’ 순으로 나타났었다.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포항시를 위한 기본계획과 로드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세 가지가 우리에게도 미래도시의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의 주요 성과라면.

△포항시, 포스코, 벤처기업들과 함께 수행 중인 국토부 주관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포항의 스마트시티 챌린지는 크게 안전, 삶의 질 측면의 도시문제 해결 관점과 지역소멸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경제 동력 발굴을 목적으로, 네 가지 솔루션(도로 노면 감지, 갓길/보행로 위험요인 감지,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CCTV 영상 검색 시스템)에 대한 실증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평가 결과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되어 국비 100억을 확보해 올해부터 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텍 미래도시연구센터의 리빙랩활동 모습

-안전사고 예측 시스템과 시민체감형 교통이 좋은 평가를 받은 걸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

△‘도로 노면 감지 시스템’과 ‘갓길/보행로 위험요인 감지 시스템’은 인공지능으로 도로의 위험요인들을 미리 파악하는 기술이다. 포항은 대형화물차들의 잦은 통행으로 균열이 심각한 도로가 많다. 또 구도심의 도로가 좁은 구간에는 불법 주정차나 적치물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공용차량이나 택시 등에 비전이나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각종 센싱 장치를 장착하여 실시간으로 노면과 도로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비가 필요한 도로를 행정 부서에 알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서비스이다. ‘CCTV 영상 검색 시스템’은 범죄나 불법행위, 실종사건 등의 이유로 CCTV 저장 영상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 인공지능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영상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아가 범죄나 불법 징후를 자동으로 감지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수요응답형 교통(DRT, Demand Responsive Transport)’은 승객의 요청을 받아 운행 구간이나 운행간격, 빈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신개념의 대중교통 수단이다.

-올해부터 진행하는 본사업은 예비사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교통 분야를 비롯해 시민들의 안전 전반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기술적으로는 현실을 가상에 옮겨놓고 시뮬레이션해보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광역 데이터 허브 등으로 범위가 확대된다. 본사업인 만큼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대학과 시민, 기업이 참여하는 사용자 검증단을 구성해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체감하는지를 리빙 랩(Living Lab) 방식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곽지영 부센터장은 스마트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 그 중에서도 리빙 랩의 역할을 강조했다. 리빙 랩은 우리가 사는 곳이 바로 실험실이라는 의미이다. 신기술을 들여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써보고 안 맞으면 바꿔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리빙 랩은 미래도시가 나아가야할 방향성과 맞닿는다. 시민의 필요를 우선하는 것이 도시를 더욱 공정하게 건설하는 길일 뿐 아니라 기술을 빠르고 정교하게, 무엇보다 값어치 있게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미래도시를 만드는데 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공급자 주도 도시 모델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으로도 리빙 랩 같은 시민 참여형 접근법이 도입되고 있다. 시민이 초기 개발 과정의 일원이 되어 직접 운영해보면서 잘 안 맞는 부분을 수정하고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려면 개발자와 사용자간의 소통이 중요한데, 중간 역할을 미래도시연구센터가 담당한다. 작년엔 예비사업이었기 때문에 소규모의 시민참여단을 꾸렸지만, 본사업에서는 더 많은 시민과 학생의 참여가 필요하다.


-어떻게 참여하나.

△조만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모집 공고가 나갈 예정인데, 참여를 원한다면 언제든 미래도시연구센터로 문의해 주시기 바란다.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외적, 내적 보상을 비롯해 다양한 동기부여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미래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고민이 있다면.

△뭐니 뭐니 해도 ‘머니’라고 하듯, 자본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밑 빠진 독이 아닌 투자 대비 최대의 효용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은 기업을 성장시키는데 투자하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를 위한 지역자금을 벤처기업을 위한 투자금 개념으로 활용해 그걸 발판으로 기업이 실증과 사업화에 성공하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한다면, 지역은 당초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환원 구조가 가능하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대학으로 오셨다. 업무의 성격 차가 크지 않나.

△포스텍으로 오기 전 삼성전자에서 13년간 근무했다. 총괄연구소에서 제품 간 연결성을 통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제공을 모색했다. 삼성에서도 비슷한 분야에 있었기 때문에 한 번도 일의 성격이 변한 적은 없다. 기업에서 자사 제품 간의 연결성과 지능화를 모색했다면 대학에 오면서 공익적 성격인 도시로 영역이 넓어진 것뿐이다.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동일하고 풀어야 할 문제가 달라지는 정도이다. 포스텍의 스마트 캠퍼스 구축도 함께 담당하고 있는데, 캠퍼스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도시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우리 도시의 변화가 기대된다. 교수님께서 구상하는 가장 포항다운 미래도시의 모습은 무엇인가.

△스마트시티는 편리하고 안전하고 사람들한테 좋으라고 만든 기술인만큼 시민들 가까이로 들어와 그 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대학인 포스텍을 품은 포항 시민들도 과학기술을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누렸으면 좋겠고, 미래도시연구센터의 사업들이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 스마트시티가 따로 잘 차려진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 구현되고, 타지 사람들이 구경 와서 감탄할 때, 동네 어르신이 쉬운 걸로 웬 호들갑이냐며 원리를 설명해 주시는 그런 도시가 되면 좋겠다. 먼 훗날 포항을 일컬어 ‘우리 손으로 다함께 만든 스마트시티’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 도시공학자로서의 꿈이다.


곽지영 교수는


인간공학의 매력에 이끌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에 입학, 동 대학에서 석·박사를 모두 마쳤다. 졸업 후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Virginia Tech)에 있을 때, 집중적으로 해외인력을 유치하던 삼성전자의 입사 제의와 당시 지도교수의 권유로 입사했다. 삼성전자에서 책임, 수석, 상무를 거치며 13년간 근무했고, 2016년부터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산학협력교수로 재직 중이다. 회사의 일원으로서 미래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하는 일도 즐거웠지만, 포항의 스마트화를 연구하고 학생들과 호흡하는 지금 좀 더 보람을 느낀다. 현재 포스텍 미래도시연구센터 부센터장,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정책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배은정 1974년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사학과 졸업. TBC·포항MBC·경북교통방송 작가. ‘포항문화의 상징과 공간’ 공저.


배은정작가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금요광장] 미래의 대학 캠퍼스 풍경

학생들이 돌아와 캠퍼스 곳곳이 붐비고 시끌시끌해진 모습에 모처럼의 활기가 느껴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텅 빈 조용한 모습이 더 익숙해지고, 왠지 색도 좀 바랜 듯 보이던 캠퍼스였다. 단지 학생들로 북적거릴 뿐인데, 마치 페인트칠이라도 다시 한 듯 화사한 밝은 분위기가 돌고, 그래서인지 문득 전혀 다른 공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작년 말 교육부가 고등교육 분야 단계별 일상 회복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2학년도 1학기부터는 대면 수업 원칙을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약 60%의 대학들이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우려로 대면·비대면 강의를 병행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2학기 대면 수업 현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 결과는 아직 없는 듯하나, 대부분의 대학이 대면 수업을 재개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교육부의 운영 가이드 라인에는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되, 확진자 수가 대학 내 구성원의 5%를 넘으면 지정된 일부 필수 과목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10%를 넘으면 모든 과목을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되어 있고, 감염병 확산 방지 목적의 자체 관리 규정에 따라 교육 목적에 맞추어 그간 축적된 비대면 교육 역량을 지속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대학의 경우, 추석 연휴 이후 1주간 감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비대면 교육을 진행했다. 감염병 이외에도 태풍을 비롯한 악천후 상황이나 교수의 해외 출장, 학생 개인 사정 등으로 오프라인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와 같이 비대면 교육이 필요한 다른 상황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대면 수업이 재개되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같은 순도 100%의 완전한 대면 교육 환경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학에서 대면과 비대면이 병행되는 ‘하이브리드형(Hybrid)’ 수업 방식이 조금씩 정착되어 가고는 있지만, 아직 사용자들의 기대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 생활이 수업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대면 상황에서는 실험·실습·실기 과목은 물론이고, 팀 단위로 모여서 함께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나 학생 자치활동들, 친구들과의 교류, 대학 축제 등 대부분의 비교과 활동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었고, 때로는 구성원들이 불편과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위드코로나 시대, 학습권 침해나 구성원의 희생이 없이 효과적으로 비대면 학습이 병행될 수 있는 고등교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취재차 미래대학교에 나가 있는 김미래 리포터를 통해 바람직한 미래 고등교육 환경에 관해 들어보자.

“지금 제가 서 있는 이곳은 완벽한 혼합현실 방식으로 구현된 미래대학교 캠퍼스입니다. 이곳에서는 수업을 비롯해 학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들이 온·오프라인이 실시간으로 연계된 혼합현실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구성원들은 본인의 상황에 맞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두 가지 등교 방식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학 내 모든 강의실은 물론 소규모 그룹 스터디 룸들도 혼합현실 환경으로 구축되어 있어, 특별한 보조장치가 없더라도 몰입감 높은 교육 콘텐츠 활용과 체험형 학습이 가능하며, 온라인으로 참여한 강연자나 출석자와도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코로나가 앗아간 캠퍼스의 낭만을 되찾은 현장에서 미래 리포터 김미래 기자였습니다.”

곽지영 포스텍산업경영공학과 산학협력교수

출처 : 영남일보(www.yeongnam.com)

                                                           

[금요광장] 미래의 도시 치수 인프라

유례없는 ‘극한 홍수’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인류를 위협하고 그 앞에서 속수무책인 우리의 모습은 흡사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상황을 연상시킨다. 재난 대응을 위해 마련해 둔 도시 방재 장치는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량 앞에 무력화되었고, 맨홀이나 하수 시스템 등 도시를 지탱해 온 인프라가 오작동하며 오히려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재해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한 해 동안 총 28건의 자연 재난이 발생하여 75명의 인명피해와 1조3천181억원의 재산피해를 보았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호우 피해로 39명의 인명피해와 1조372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 재해의 8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피해를 복구하는 데 피해 규모를 몇 배 웃도는 비용이 드는 데다 그 여파도 오래 지속된다는 점이다. 2020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복구 비용은 4조1천615억원으로 재산피해 규모의 32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거기에 탄저병을 비롯한 농작물 간접 피해, 돈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주민들의 불편이나 트라우마 같은 정신적 피해 등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류가 겪고 있는 자연재해의 상당 부분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에 그 원인이 있는 만큼, 도시 인프라의 전면적 재설계와 근원적인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치수(治水)’는 기원전 2000년대 요순시대부터 40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시대를 초월한 난제이다. 기후변화의 흐름을 늦추고 지구를 되살릴 방법은 앞으로 수십·수백 년이 걸리더라도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하지만 일단 적어도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만은 막아보겠다는 목표로 인류의 과학기술 역량을 총동원해 도전한다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도시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 미래시에 나가 있는 김미래 리포터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자.

“지금 제가 나와 있는 곳은 미래시의 지능형 치수 인프라를 총괄 운영하고 있는 종합상황실입니다. 이곳 중앙에는 도시 전역의 도로와 상·하수도는 물론, 계곡과 하천 등에서 수집된 수위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대한 홀로그램 형태의 인터랙티브 디지털 트윈이 위치하고 있고, 50여 명의 데이터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과 예측 및 예방적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역의 하수 인프라와 저지대나 지하에 위치한 차도, 상가, 주차장 등 침수에 취약했던 시설물들은 2020년대 홍수를 계기로 마련된 강화된 시설물 기준에 따라 전면 재설계되었습니다. 지능형으로 동작하는 방수벽과 배수시설 등이 의무적으로 갖추어져 있고, 이곳 종합상황실과 지능형 사물인터넷 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기상 상황과 수위 예측에 따른 자율적 제어가 가능합니다. 도심 곳곳의 배수구는 수요응답형으로 동작하며, 지능형 센서 기반의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사람이나 동물 등이 주변에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차단되어 추락으로 인한 부상을 예방합니다. 오늘 하루 미래시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으나, 시민들은 불편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귀가가 가능했습니다. 한편 오늘 내린 빗물은 도심 지하의 거대 방수로, 즉 터널형 저류시설을 통해 송수되어 도시 외곽 지역 농촌의 오랜 가뭄 해소에 쓰일 예정입니다.”

곽지영 포스텍산업경영공학과 산학협력교수

출처 : 영남일보(www.yeongnam.com)

[금요광장] 인공지능과 더불어 사는 미래

인공지능 가상 인간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광고 모델이나 SNS 인플루언서는 물론 뉴스 앵커, 음원 발매, 드라마 출연, 정치인, 관공서의 홍보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간들이 명성을 얻고 있고, 그중에는 해당 분야의 실제 유명 인사들 못지않은 고수익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로봇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주로 환경이 열악한 공장이나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 투입되어 사람과 거리를 두고 활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좀 더 사람 가까이 다가와 생활을 밀착 지원하는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방역, 방문객 안내, 바리스타, 식사 배달 등 다양한 모습과 역할의 로봇 직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로봇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진 점이 아닐까 싶다.

그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례로, 최근 시범게임에 투입된 체스 로봇이 7세 소년과 대적하던 중 아이의 손가락을 움켜쥐고 부러뜨렸다는 소식은 그런 우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탠다. 일부 이용자의 성희롱과 잘못된 학습으로 인한 혐오 발화 등으로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잠정 중단했던 챗봇 ‘이루다’의 사례(현재는 데이터베이스 정비 후 2.0 시범 서비스 중)나 유명인의 음성과 영상 등을 교묘하게 위조하는 ‘딥 페이크(Deep Fake)’도 인공지능 기술의 오남용, 즉 ‘어뷰징(Abusing)’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례들이다.

‘MarketsandMarkets’라는 시장조사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인공지능 로봇 시장은 2021년 69억원에서 2026년에는 353억원 수준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곧 미래에는 새롭고 다양한 역할이 부여된 가상 인간과 로봇 직업인들이 우리 주변에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쓰는 제품, 가구, 기계와 같은 사물에 부품처럼 추가될 것이므로 현재의 수도, 전기, 인터넷처럼 우리 생활 속 가까이, 깊이 스며들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자연스럽게 협력하며 공존하는 무해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적 발전에 뒤지지 않게 윤리, 인문사회, 법제도적 측면에서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 김미래씨로부터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의 모습을 들어보자.

“김미래씨는 변호사로, 미래시에서 소규모 로펌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전화 문의 응대나 회의 어레인지, 일정 관리는 물론 기초자료 조사, 관련 판례와 법조항 검색, 서류 정리 및 문서 작성 등 대부분의 정보처리 업무는 다섯 명의 인공지능 가상인간 직원이 담당한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역할에 따라 부여된 업무를 자율적으로 분담하고 있어, 김미래 변호사가 의뢰인과의 소통이나 신뢰 형성, 지속 가능한 고객 관계 유지 같은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좌한다. 한편 최근 진행된 세계정상회의에서는 2020년대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와 한계로 빈번히 지적되었던 ‘인공지능 학대, 오남용 및 차별’을 금지하는 인공지능 윤리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전 세계 동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에 따라, 김미래 변호사의 업무를 보좌하는 인공지능 가상인간 직원들의 업무 처리 과정과 결과도 엄격한 인공지능 윤리 기준에 따라 검토되고 피드백된다.”

곽지영 포스텍산업경영공학과 산학협력교수

출처 : 영남일보(www.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