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과 격려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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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뒷전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허리둘레와 몸무게가 신경 쓰이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급기야 이번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주의관리’가 필요하다는 항목이 적잖이 나왔다. 부랴부랴 운동을 결심한다. 그런데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 시설 이용까지 제한되어 버렸다. 결국 혼자 집에서 운동해 보기로 한다. 실내용 자전거, 러닝머신, 요가매트, 아령, 튜빙밴드, 푸쉬업바 등등 그간 사들인 운동기구가 10여종, 이미 헬스장 못지않지만, 며칠 동안 SNS와 인터넷으로 조사한 후 새로운 운동기구를 하나 더 주문한다. 그런데 막상 혼자서는 시작이 쉽지 않다. 잘못된 자세 때문일까? 시작한 지 겨우 며칠 만에 여기저기가 아프다. 요즘 인기 있다는 유투브 콘텐츠와 앱들을 검색해서 따라 해 본다.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날도 많다. 해야 한다는 이성과 귀찮다는 감성이 매일 싸움을 벌인다. ‘오늘은 피곤한데 좀 쉬고 내일 하자….’ 감성이 이성을 이기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고, 결국은 작심삼일. 새로 사들인 운동기구에도 먼지가 쌓여간다.

팬데믹의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헬스, 요가 등 스포츠 시설의 이용이 제한되면서, ‘홈트레이닝(Home-Fitness)’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였다. 한 시장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헬스 서비스 앱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18년 24억달러에서 2026년에는 209억달러 수준으로 10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운동기구에 각종 스마트 기술이 추가된 상품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동 콘텐츠 영상과 내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양방향 PT(Personal Training)까지 가능한 거울, 실내용 자전거에 모니터와 센서를 탑재하여 전문 강사의 실시간 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무게 조절이 가능하고, 자이로센서와 가속도계 등이 있어 횟수, 속도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케틀벨 등이 ‘홈트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홈트레이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용자를 응원하고 격려해서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 ‘트레이너를 닮은 인공지능’ 기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최근 스마트 홈트레이닝 상품의 특징이다.

그간 사들인 10여종의 운동기구들에 쌓여가는 먼지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라는 생각으로 다른 상품을 하나 더 구매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3개월째 매일 꾸준히 이용하고 있고, 주변에 선물해 드릴 정도의 자칭 홍보대사가 되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사실 그리 대단한 첨단기술이 아니다. 게임처럼 즐길 수 있어서 지루하거나 괴롭지 않다는 것.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잘했어~’, ‘멋져~’, ‘이제 세 번 남았어~!’ 하는 목소리에 조금 힘을 낼 수 있다는 정도. 내 귀찮음을 이길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응원과 격려의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21.07.06] 융합대학원 런치타임 세미나 : 미래도시연구센터: 스마트시티 융합연구의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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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융합대학원 주최 런치 세미나(2021년 7월 6일, 화요일)에서 김광재 센터장님께서 ‘미래도시연구센터:스마트시티 융합연구의 플랫폼’ 주제로 발표 하셨습니다.

미래도시연구센터에 대한 소개와 대학 구성원들의 스마트 시티에 대해 이해를 돕는 시간 으로, 미래도시연구센터 참여교수로 활동 중인 교수님 9분(박주홍,한수희,김욱성,송민석,김덕영,고영명,김경태,김형함,최동구)을 모시고

스마트 시티 관련하여 진행중인 연구 내용을 소개 하였습니다.

‘4차 산업의 미래를 논하다’ 환동해경제권 균형발전 전략 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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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영남경제신문이 주최한 환동해경제권 균형발전 전략 포럼이 포스코 국제관에서 열렸다. (사진출처=영남경제) ㎢㎡

출처 : 영남경제(http://www.ynenews.kr)]

 

환동해경제권 균형발전 전략 포럼이 지난 15일 영남경제신문 주최로 ‘4차 산업의 미래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포스코 국제관에서 열렸다.

지역 내 기업인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포럼은 곽지영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이재영 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 교수, 권영규 위덕대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서 4차 산업시대의 환동해권 경제 발전 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곽지영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미래 경북 전략의 핵심 키워드 스마트 시티’를 주제로 신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시티에 대한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고, 포항시가 앞으로 추진해 나갈 스마트 시티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재영 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 교수는 ‘4차산업 시대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의력을 갖출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4차산업 시대의 인공지능의 필요성과 인간의 창의력의 중요성에 대해 심도 깊은 내용을 강의했다.

권영규 위덕대 명예교수는 4차산업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번 산업혁명을 기회로 향후 나아갈 방향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하며 4차산업 혁명의 의미를 제시했다

출처 : 영남경제(http://www.ynenews.kr)

나만의 양심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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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께서도 1996년에 시작된 TV프로그램 ‘이경규가 간다’의 ‘양심 냉장고’를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횡단보도 앞 정지선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냉장고를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실망스럽게도 양심 냉장고의 주인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무렵 갓 운전면허를 딴 초보운전자 입장이라 그랬을까? 운전면허 시험에나 나올 법한 기초적인 교통법규 지키기가 그리 어려운 것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 양심의 민낯에 놀랐던 기억이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작년 연말쯤의 일이다.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려다, 내가 평소 즐겨 쓰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운전 습관 점수를 반영해 일정 점수 이상이면 보험료 할인이 제공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비스가 처음 시작되었던 무렵 신기해하며 살펴본 이후, 몇 년 만에 확인해본 내 운전 습관 점수는 76점. 겨우 턱걸이로 보험료 할인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낮은 점수로 인한 실망의 여파는 컸다. 항상 경제속도를 유지하며, 난폭운전이나 교통법규 위반을 절대 하지 않고, 안전 운전 습관이 몸에 밴, 25년 무사고 운전 경력의 자타공인 베스트 드라이버라며 스스로 자랑스러워해 온 터였으니까….

공학자답게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스스로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운전 습관 점수는 과속, 급감속, 급가속의 세 가지 항목으로 매겨지는데, 급감속과 급가속에서는 만점을 받았으나, 과속에서 점수가 많이 깎인 것을 알았다. 고속도로 운행이 잦다 보니 흐름을 타며 달린다는 핑계로 나도 모르게 과속이 습관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날 이후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운전 습관 점수 100점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혼자만의 ‘양심 냉장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100점이 되는 날 나 자신에게 선물할 상품도 미리 결정해 두었다. 그런데, 한번 떨어진 점수를 회복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감시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도 규정 속도를 지키는 양심과 끈기가 필요했고, 그런 나를 비웃듯이 쌩하고 추월해 달리는 다른 차들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의 강한 멘탈도 필요했다.

몇 달의 노력 끝에 내 운전 습관 점수는 97점까지 올랐다. 스마트폰 화면 속 작은 숫자가 가져온 변화는 고속도로에 배치된 고가의 감시 카메라들이나 각종 범칙금의 위협보다 강력했다. 매 주행 후 올라간 운전 습관 점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규정 속도를 더 유심히 살피며 달리게 했고, 점수의 시원한 상승 그래프를 보고 싶은 욕심이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에서도 과속의 유혹을 이겨내게 했다. 단지 숫자 몇 개로 25년차 운전자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한 그 서비스는 ‘스마트 기술이 우리 생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례’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이 글을 쓰면서, 몇 달 전 스스로 정해 놓았던 ‘양심 냉장고’ 상품이 뭐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서 새로운 선물을 하나 생각해야 했다. 그걸 잊어버린 것을 보면, 처음부터 선물 그 자체가 그리 중요했던 것은 아니었지, 싶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인공지능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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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IT 업계를 술렁이게 한 일이 있었다. 어느 스타트업이 만든 인공지능(AI) 챗봇이 사용자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소위 ‘AI 챗봇 윤리성 논란’ 얘기다.

20세 여성의 인격으로 태어나 인간의 다정한 친구가 되고 싶었던 AI 챗봇은 검은 마음의 사용자들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았다. 잘못된 학습 환경에 노출되어 버린 AI 챗봇은, 사용자들이 가르친 나쁜 생각을 그대로 배워,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나 차별적인 발언까지 쏟아내었다. 건강하게 성장해주기를 바랬을 개발자의 기대와는 달리, 인간의 다정한 친구가 되기는커녕, 모두에게 분노를 유발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개발 과정상에서도 일부 직원들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수집한 데이터 속에 개인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던 문제 등이 드러나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개발사는 공식 사과와 함께 데이터베이스를 폐기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내놓은 10대처럼 말하는 AI 챗봇 ‘테이’는 사용자들의 조작으로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SNS에 게시하고 16시간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2018년 아마존이 개발한 AI는 채용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이 발견되어 폐기되었고, 2020년 구글 AI 윤리 기술 책임자가 구글의 AI 기술이 성적·인종적으로 편향되었음을 지적해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패턴처럼 반복되는 AI 윤리성 논란의 과정을 지켜보는 공학자의 마음은 불안하고 부끄럽고 초조하다. 개발사에 비난을 쏟아붓는 우리의 모습 속에, 원인을 개발자들의 문제로 돌려버림으로써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은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속내가 읽혀 불안하다. AI 챗봇 논란은 개발사의 책임을 떠나 우리 사회가 감추고 있던 어두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란 생각에 부끄럽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린아이를 학대하고, 숨어서 음란물을 즐기는 인간의 검은 얼굴이 그대로 비친 거울을 보는듯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이 자칫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사회 전체의 혐오와 기피로 잘못 번질까하는 노파심 때문에 초조해진다.

십인지수 난적일구(十人之守 難敵一寇·열 사람이 한 도둑 못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SF 영화 속에 나오는 사이코패스 악당들처럼 아무리 좋은 기술도 나쁜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꼭 있다는 것을 개발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세상에 내어놓기 전에는 언제나 만에 하나 생길지도 모르는 악의적인 사용을 막을 수 있는 ‘악용 방지책’에 대해서도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일단 악용이 시작된다면 그것을 막기 위해 사회 전체가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일으킨 서비스를 폐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 곧 닥쳐올 데이터 경제와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성 문제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살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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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어머니와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보다 복숭아가 탐스러워 보여서 한 상자를 샀다. 지역 특산품을 좋은 가격에 파는 특판이라며 대대적으로 멋지게 홍보를 하고 있어서 더 믿음이 갔다. 달콤한 과즙이 터져 나오는 말랑한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 상상을 하니 집에 오는 길이 멀게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나를 잔뜩 설레게 했던 그 복숭아는 우리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푸석하고 단맛이라곤 없는 기상천외한 맛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도 아니고, 평소 믿고 이용하던 백화점에서 직접 골라서 사 온 것이라 그런지 실망감이 더 컸다. 우리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그 복숭아 한 상자는 가족 모두에게 외면을 받아 이내 어머니의 골칫거리로 전락했고, 얼마 후 ‘복숭아 잼’이 되어서야 식탁에 다시 올라왔다. 복숭아 한 상자에서 시작된 실망감은 그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다른 상품들까지 불신하게 했고, 그 후 우리는 그 백화점 식품관을 다시 찾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가 극성을 떠는 와중에도 먹거리 장을 보러 매일 직접 나가시는 어머니가 불안해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해 보시라 말씀드려 보지만, 어머니는 ‘먹거리는 직접 보고 골라야 한다’라며 듣지 않으신다. 그런 어머니가 유독 전화로 주문해 드시는 것이 하나 있다. 어머니 휴대전화 주소록에 ‘부산 조기’로 저장된 집이 그것이다. 대화 중에 그 부산 조기 집 얘기가 나올 때면 어머니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그날 잡은 신선한 조기를 큰 것, 작은 것 적당히 섞어 깔끔히 포장해서 보내 주니, 제수용과 식구들 먹는 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맛이 늘 한결같아서 믿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 얘기를 듣고 나면 누구나 그 집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싶어지니, 우리 어머니가 부산 조기의 대변인 역할을 하시는 소위 ‘충성 유저(User)’인 셈이다.

얼마 전부터 나는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과 함께 소상공업 지원 연구를 하나 시작했다. 소상공인에게는 좋은 상품을 더 널리 더 잘 알려서 우리 어머니 같은 ‘충성 유저’를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돕고, 소비자에게는 가게에 직접 가지 않고도 좋은 상품을 제대로 고를 수 있게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 처음에는 우리 지역 소상공업이 글로벌 IT 기업 수준의 비대면 경쟁력을 갖추게 돕겠다는 것이 우리 팀의 야심 찬 목표였다. 그런데, 어머니와 부산 조기 집의 경우를 통해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강력한 비대면 역량은 바로 다름 아닌 상품의 경쟁력이며, 비대면 IT 기술의 역할은 그 좋은 상품을 알리는 데 작은 도움을 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조기로 우리 집 식탁을 행복하게 해주는 부산 어느 어부의 바닷길이 오늘도 부디 순탄하기를, 그리고 그 좋은 조기에 대한 소식이 더 널리 전해져 다른 가정의 식탁 위에도 행복한 웃음꽃이 피기를 기원해본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양치기 소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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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방영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스페인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개발된 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사용자가 스마트렌즈를 착용하면 그 위치에서 게임 속 세상으로 자동 로그인되어 현실에는 없는 게임 캐릭터들과 싸운다는 설정이다. 그러던 중 주인공과의 게임 속 전투에서 사망한 사용자가 현실에서도 죽게 되는 심각한 버그(Bug, 컴퓨터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의 오류를 의미)가 생긴다. 더욱이 사망한 사용자는 게임 속 패배할 때의 모습 그대로 망령처럼 반복해서 나타나 주인공을 죽이려 한다.

얼마 전부터 나는 차량에 탑재된 스마트 AV 장치의 전원을 아예 꺼두게 되었다. 퇴근 길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과 낯선 길을 운전할 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주는 네비게이션을 모두 포기하면서다. 게다가 다음에 차를 바꾸게 되면 그 회사 차는 이제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소싯적부터 오랫동안 동경해 온 ‘드림 카’였을 뿐 아니라, 연비, 승차감, 주행감, 코너링 등 차의 성능 면에서는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마음에 쏙 드는 차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요즘 운전자들 사이에 골칫거리로 급부상한 차량용 DMB 재난경보 문자 때문이다. ‘삐삐삐삐삐~’ 뇌를 직접 두드리듯 거슬리는 강한 불협화음 경보음과 함께, 네비게이션 화면을 뒤덮으며 나타나는 그 문자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국에 비상 경고 발령 / 10:39 / 알 수 없음 / 도/광역시 / 피해 지역 보기 / 취소”. 어떤 재난이 어디에 발생했다는 건지 제대로 확인 가능한 문자는 몇 없다. 재난 내용과 위치 확인이 가능하더라도 벌써 2~3주 전에 소멸한 태풍에 대한 경보이거나, 내 현재 위치와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알 수 없는 일’ 때문이다. 알함브라 게임 속 망령을 연상시키는 이 미스터리한 문자는 주행 중 TPEG 수신 상태가 바뀔 때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나타난다.

한 시간 주행 중 적어도 30번 이상 들리는 경보음과 지워도 지워도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는 같은 메시지들. 견디다 못해 차단하는 방법에 대해 제조사에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알함브라 주인공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버그와의 치열한 혈투를 벌인다. 자기를 희생하며 버그와 싸운 주인공의 열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네비게이션 화면을 가려버리는 문자를 지우려다 아찔한 상황을 경험한 후, 아예 시스템 전원을 꺼버리게 된 운전자들의 애타는 마음 정도는 좀 헤아려 줬으면 싶다.

재난 알림은 위험한 상황에 피해를 막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생명줄이 되어야 옳다. 늑대가 나타났다며 거짓 알림을 반복한 양치기 소년의 최후, 있지도 않은 늑대에 놀랐던 동네 사람들이 정작 진짜 늑대를 본 양치기의 외침을 외면한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양치기 소년의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고객의 마음을 얻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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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과 서비스는 사용자가 부여해 주는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Usable’ 유형으로, 일관성, 심미성 등 디자인 원칙에 잘 맞아 편리하다고 평가받는 제품들을 말하며, 흔히 ‘맥가이버칼’이라 불리는 스위스 군용칼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칼은 칼, 톱, 가위 등 여러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막상 요리나 집안일을 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비상시 요긴하고 기능적으로 완벽하지만, 실사용 환경에 잘 맞춰져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Useful’ 유형으로, 식후 이쑤시개와 같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어 유용하다고 평가받는 제품들이다. 이런 제품은 기능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실제 이용환경에도 특화되어 있어, 사용자가 의도한 목적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런 제품에 매겨지는 가치에도 한계가 있다. 이쑤시개는 다 같은 이쑤시개일 뿐 다른 제품 대비 차별화가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난 꼭 이 이쑤시개가 아니면 안돼!’라고 말하는 사용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

세 번째는 ‘Desirable’ 유형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아 독보적인 선두 위치에 올라간 Market Leader들을 말한다. 경쟁자 대비 월등히 좋은 경험을 제공하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명품의 반열에 올라선 제품들 말이다.

자동차, 패션 등이 대표적이며, 고객들은 가격, 기능 등에서 불리한 조건이라도 선호하는 브랜드나 기업의 제품을 선택한다.

마지막, 가장 강력한 유형은 ‘Delightful’ 유형으로, 고객을 기쁘게 함으로써 조건 없는 지지와 사랑을 받게 된 제품들이다.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와 팬덤이 형성되고, 종교나 컬트(Cult)에 가까운 숭배와 추종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은 모든 기업의 꿈으로,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 형성 노력으로만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객을 기쁘게 하는 제품, 브랜드, 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Patrick Jordan 교수는 인류학자인 Lionel Tiger 교수의 이론을 토대로, 고객들이 제품을 통해 Physio, Psycho, Socio, Ideo 등 네 가지의 기쁨을 추구하며, 네 가지 기쁨이 균형 잡혀야 좋은 디자인이라 제안한다.

Physio Pleasure는 고객을 유혹하는 카페의 원두 향이나 화려한 색과 같은 감각적 기쁨을 뜻한다. Psycho Pleasure는 직관적인 사용법이나 학습을 통해서 얻어지는 인지적 기쁨을 의미하고, Socio Pleasure는 제품을 통한 순위 경쟁이나 커뮤니티 등과 같은 고객 간의 사회적 교류를 말한다.

Ideo Pleasure는 친환경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념 있는’ 소비를 예로 들 수 있다.

연예인도 이제 수려한 외모나 목소리(Physio Pleasure) 뿐 아니라, ‘뇌섹남녀’(Psycho Pleasure)에 ‘인싸’(Socio Pleasure) ‘개념돌’(Ideo Pleasure)이 대세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비결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바이러스가 소환한 미래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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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Contact-free)’이 요즘 세계 IT 연구와 산업계의 큰 화두다. 비대면이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지 않는 상호작용의 방식을 의미하는데, 온라인 쇼핑과 로봇 배송을 비롯하여 원격근무, 원격학습, 원격의료,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샵스트리밍(Shopstreaming) 같은 가상경험경제가 대표적이다. 기술적으로는 가상현실, IoT, 센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등 소위 ‘4차산업혁명기술’이 총동원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바이러스 이전에도 원격, 온라인, 무인화, 자동화 등의 이름으로 선보여진 ‘사촌’ 개념들이 많았지만 대세가 되지는 못했다. 대면 때보다 비언어적 소통이 차단된다는 한계로, 소비자 불만을 우려한 기업들이 대면적 상호작용을 더 선호하여 항상 보조적인 수단 역할에 그쳤다. 비대면은 이제 옷, 신발처럼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 버린 마스크처럼 포스트 팬데믹 시대 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 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등극한 것이다.

빠른 종식을 기다리는 모두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가까운 시일 내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멈춰버린 경제가 저절로 회복될 거라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인간성의 상징인 사람과의 교류가 건강과 생명의 위협이 되어버린 지금, ‘비대면’이 구성원과 고객의 불안감을 극복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비대면 상황에서도 생산성을 유지하여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해 줄 포스트 팬데믹 시대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사람 대하기가 불안해진 마음이 앞당겨 소환한 미래세상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몇 달 우리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애써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기업에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재택근무가 시작되었고, 생존을 위해 업무방식, 조직구조, 근무장소와 시간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 비즈니스의 상징인 회의와 출장은 크게 줄었고, 이메일, SNS, 화상통화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업무가 주류가 되었다. 그러나 재택근무나 비대면 업무가 가능한 직업은 전체 직업의 27%에 불과하다고 한다. 학교, 공연장, 소상공인, 관광지, 병원, 복지시설 등 대면접촉과 현장성이 요구되는 그 외 대다수 사업체는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사악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부터 먼저 공격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세상을 지탱해 오던 선량한 사람들을 재난 전선의 최전방으로 밀어내었다. 그러니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의 ‘비대면’ 활성화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들부터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미래기술은 꼭 필요한데 아직 실현되지 않은 바람직한 모습을 떠올리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 어머니가 마스크와 장갑으로 중무장하고 바이러스의 위험 속으로 나가시지 않아도 되는 세상, 집 거실에서 가상현실 안경을 끼고 동네 반찬가게, 빵집, 야채가게를 한 바퀴 돌고, 서울 친구 집에도 휙 하니 마실 다녀오실 수 있는 세상처럼….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Z세대들의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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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없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에 안전지대가 있을 리 없었다. 정도나 형태에 차이가 있을 뿐 이 시대를 함께하는 모두가 엄청난 내상을 입었다. 그러나 위기마다 강했던 우리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 역시 감내하며 각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의료진, 소상공인, 어르신들, 직장인들, 모두가 ‘덕분에’를 들어 마땅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생의 꽃인 학창시절을 하필 지금 지나고 있는 Z세대들에게 연민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드리고 싶다.

Z세대란 밀레니얼 세대의 다음 세대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교에 가지 못했던 유치원, 초·중·고교생, 대학생까지를 포함한다.

선생으로 그들 가까이 있어서일까? 코로나바이러스가 Z세대에게 유독 가혹해 보여 그들이 특히 안쓰럽다. 개학은 3차례나 연기되었고, 급기야 초유의 ‘온라인 개학’, ‘랜선 등교’라는 낯선 상황을 준비도 안된 채 경험했다. 졸업식도 입학식도 치를 수 없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들께 후배들이 드리는 꽃다발도 화면 넘어 마음으로만 나누어야 했다. 입학식은 고사하고, 담임선생님도, 새로 같은 반이 된 친구들 얼굴도 아직 보지 못했다. 수업은 모두 인터넷 강의나 원격 화상학습, 과제제출로 대체되었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즐거워야 할 시간, 아이들은 집안 컴퓨터 화면 속에서만 선생님을 겨우 만난다.

물론 이전에도 ‘인강’, MOOC, 사이버대학과 같이 온라인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수업은 있었다. 스마트 기술을 이용하는 게 어려워서도 아니다. 한창 친구가 좋아질 나이에 집에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하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꼭 필요한 선생님과의 심리적 유대감, 라포(Rapport)의 형성도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의 기지로 드라이브인 입학식이 열렸다거나, 학교에 못 나오는 아이들을 위해 교장선생님이 코믹한 동영상을 찍어 선물했다는 소식이 미담으로 알려지는 상황이 무슨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져 씁쓸할 지경이다. 준비 덜 된 상황과 불편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Z세대들은 변화된 상황에 너무나 빠르게 잘 적응해 주었고, 여전히 밝게 웃으며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듬직하게 버텨내 주고 있는 것이다.

80~90년대 X세대의 학창시절에 초점을 맞추어 그 시대 사건들을 특유의 유머코드로 들려준 ‘응답하라 시리즈’는 2012년 이후 지금까지도 재방송이 계속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40대의 치열한 삶을 감내하느라 드라마에 무관심했던 X세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덕에 그들을 TV 앞으로 소환했고, 그 시대를 모를 후배들에게 소싯적 얘기를 하게 만들어 ‘라떼는 말이야….’ 신드롬도 일으켰다. 10~20년 후, ‘응답하라 2020’을 감상하며 자기 후배 세대들 앞에서 ‘라떼는 말이야….’를 외칠 중년이 된 Z세대들을 상상하며, 그들의 무용담이 멋진 해피엔딩이 되게 힘을 보태리라 다짐해 본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