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 창간52 국민 보고 대회에서 발의한 IDEA City 2018. 03.22 ◆

이데아시티를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만들어 보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시민 참여로 만들어진 가상도시를 땅 위에 실제로 구현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민간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그대로 담아내는 이데아시티를 실제로 세우려면 도시의 가치를 공유하는 민간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단이 필요하다.
국민보고대회 기획팀은 가상화폐를 활용해 도시를 기업처럼 상장하는 크라우딩펀딩을 제안한다.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탄생한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하는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가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이데아시티에서 유통될 가상화폐 상장에 도입해 일종의 도시상장(ICO·Initial City Offering)으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오늘날 가상화폐는 목표와 개발 절차, 사용처 등을 정한 백서(White Paper)를 공개해 초기 상장 자금을 모집한다. 마찬가지로 가상공간에서 시민들이 합의를 이뤄낸 이데아시티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초기 투자자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자금으로 실제 도시를 건설하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를 투자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식이다. 투자자들은 도시에서 널리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나눠 가지면서 도시의 가치가 커질수록 함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초기 투자자뿐 아니라 도시 설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이디어를 개진한 시민, 첨단 기술을 적용해 도시 건설에 일조한 스타트업에도 가상화폐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이런 자금조달과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추려면 블록체인 기반으로 도시가 세워져야 한다. 블록체인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이데아시티는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먼저 도시를 만들어 보고 실제 도시와 끊임없이 동기화하며 실험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곳이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해킹이나 사이버테러는 이데아시티에 실제 전쟁만큼이나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록체인은 동일한 정보를 다수에게 분산해 저장하기 때문에 집중된 데이터를 해킹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또 블록체인상에 미리 세금이나 등기, 이민 등 도시 행정 서비스를 프로그래밍 해두면 제3자의 간섭 여지가 없어져 신뢰도가 높아진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세금 신고를 받고 있다.
도시 상장을 위해서는 이데아시티 법적 지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도시에 기업 같은 성격을 일부 부여해 스스로 가상화폐를 만들고 이를 매개로 자금을 조달하고 과실을 나누는 법인 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별지자체식으로 가능한지, 협동조합이나 사단법인 형태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법적 지위를 신설하는 것이 합당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내 로펌과 법률가들이 주목해 볼 만한 주제다. 스위스의 소도시 ‘추크’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법 규정을 처음으로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상화폐의 중심지가 됐다.
도시의 새로운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과거 없었던 것도 아니다. 폴 로머 뉴욕대 교수(전 세계은행 부총재)가 2010년부터 주장한 ‘차터시티’는 시민들이 스스로 헌장(Charter)을 만드는 도시를 말한다. 로머 교수는 차터시티를 일종의 ‘스타트업 도시’라고 규정한다. 시민들이 참여해 새로운 도시 규율을 만들어 내면 기존 국가의 법률이 규정하는 도시와 다른 특별한 지위의 도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데아시티를 설계하는 디지털 가상공간에는 규제가 없다. 하지만 이 플랫폼을 땅 위의 현실도시로 구현하면 기존 도시와 똑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가상도시에서 아무리 혁신적인 실험을 하더라도 현실세계의 규제 혁파가 없다면 헛수고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디지털에서 설계된 도시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도시 전체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기획팀의 주장이다.
모든 규제를 다 풀 수는 없지만 이데아시티를 실제 적용하는 첫 시범도시에서는 풀 수 있는 규제의 최대치를 풀어야 한다. 이런 시범도시를 통해 규제 혁파의 효용과 비용을 점검할 수 있고, 기득권에 둘러싸인 기존 도시가 자극받을 수 있다.
정부는 세종시와 부산시 등 스마트시티 시범단지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혁신 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기업이 무조건 피해 보상 책임을 지도록 해 실효성은 미지수다.
규제 샌드박스 못지않게 민간 주도 미래도시 프로젝트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시 비전을 정하고 자체적으로 자금을 모집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최대한 지원해줘야 한다.
[국민보고대회 기획취재팀 = 신현규 팀장 / 전범주 기자 / 핀란드·네덜란드 = 문재용 기자 / 안도라 = 노승환 기자 / 미국 = 박통일 MBN 기자] [ⓒ 매일경제 & mk.co.kr]